지난해 제 지인 한 명이 이런 말을 했어요. “국민연금 이번에 대박 났다며? 그럼 우리 세대도 나중에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순간 뭐라 답해야 할지 난감했죠. 실제로 2025년 국민연금은 18.82%라는 역대 최고 수익률을 찍으면서 231조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적립금은 1,526조 원을 돌파했고요. 얼핏 보면 고갈 걱정 끝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 몇 달간 퇴직연금 컨설턴트들과 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뒤지면서 알게 된 건,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기금이 잘 벌고 있을 때 우리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정리해봤습니다.
왜 18% 수익률이 나왔는데도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일까
표면적으로 보면 18.82%라는 수익률은 정말 대단한 숫자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CalPERS는 12.4%,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14.1% 수익률을 기록했거든요. 그에 비하면 국민연금은 압도적이죠. 심지어 2022년 마이너스 8.3%로 79조 원 손실을 봤던 걸 생각하면 정말 극적인 반전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만나본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수익률은 글로벌 반도체 랠리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든 결과예요. 문제는 이게 계속될 수 없다는 거죠.” 실제로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엔비디아, TSMC 같은 종목에서 큰 수익을 냈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기 시작하면 같은 전략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높은 수익률이 ‘장부상 평가이익’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제 선배 하나가 2023년에 삼성전자를 5만 원에 사서 지금 10만 원이 됐다고 칩시다. 수익률로 따지면 100%지만, 실제로 팔지 않는 한 그건 종이 위의 돈일 뿐이에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1,526조 원 중 상당 부분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인데, 이걸 현금으로 바꾸려는 순간 시장이 요동칠 수 있거든요.
한국경제연구원의 2026년 1분기 보고서는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기금 고갈 시점이 5~7년 늦춰질 수는 있으나, 이는 시간을 버는 것일 뿐 구조적 해법은 아니다”라고요. 저는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지인한테 제대로 답할 수 있었어요. 수익률이 좋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우리가 뭘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요.
리밸런싱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자주 들리는 건가요
최근 뉴스를 보면 “국민연금 리밸런싱”, “60조 원 매도 가능성” 같은 표현이 계속 나옵니다. 처음엔 저도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우리 주머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얘기더라고요. 리밸런싱은 간단히 말하면 ‘자산 비중 조정’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20.8%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정해놨는데, 코스피가 너무 올라서 31.4%까지 불어나버린 거예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264조 원에서 올해 2월 395조 원으로 단 몇 달 사이에 130조 원이나 불었습니다. 비중이 목표치를 10%포인트 이상 넘어선 거죠. 그래서 국민연금은 지난 6월 나흘 동안 삼성전기, SK스퀘어 같은 종목을 1조 2,696억 원어치 매도했습니다. 고점에서 차익 실현한 건데, 문제는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제 지인 중에 개인투자자 한 명이 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하소연하더군요. “국민연금이 팔면 주가 떨어지는 거 뻔한데, 내 주식도 같이 빠지잖아. 왜 고점에서 던지냐고.” 그런데 이게 국민연금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비중을 지키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 실패로 비난받거든요. 6월 말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끝나면 최대 60조 원을 추가로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챙겨야 할 건 이겁니다. 국민연금의 매도 시점과 종목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코스피가 급등할 때 무작정 따라 사는 건 위험하다는 거죠. 특히 국민연금이 대량 보유한 종목(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은 리밸런싱 시기에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엔 이런 종목에 투자할 땐 목표 수익률을 정해두고, 그 지점에 도달하면 일부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어요. 국민연금도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파는데, 개인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거든요.
내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굴릴 수 없을까
국민연금이 18% 넘는 수익을 올리는 동안, 제 퇴직연금 계좌는 고작 2.8% 수익률을 찍고 있었습니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죠. 알고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국내 퇴직연금의 5년 평균 수익률은 3%대에 불과합니다. 501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인데, 금융사들이 위탁 운용하면서 매년 2조 원씩 수수료로 빼가고 있는 구조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국민연금의 압도적인 운용 능력을 개인 퇴직연금에도 적용하겠다는 건데요. 제 주변 직장인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어요. “어차피 지금 은행에 맡겨봤자 3%도 안 나오는데, 국민연금이 굴려주면 10% 이상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컸죠.
그런데 연금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줍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지적했어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굴리면 수익률은 올라갈 수 있지만, 개인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 국민연금처럼 일괄 운용되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종목을 선택할 자유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B씨는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DB형)해서 작년에 12% 수익을 냈는데, 만약 국민연금 일괄 위탁이 의무화되면 이런 선택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대신 굴려준다는 건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지만, 그게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 퇴직연금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묶여 있는데, 이걸 일부라도 주식형·혼합형 펀드로 분산하면 수익률을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거든요. 국민연금의 성공 전략을 내 퇴직연금에 적용하는 건 지금도 가능합니다.
인구 절벽 앞에서 아무리 잘 벌어도 소용없다는 말의 의미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이 부분을 가장 늦게 이해했습니다. 국민연금이 231조 원을 벌었다는데 왜 고갈 걱정을 계속 하는 건지 처음엔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통계청 자료를 직접 뜯어보고 나서야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고요. 2052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금보다 870만 명 줄어듭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거죠.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지금은 10명이 돈을 내서 3명한테 연금을 주는 구조라면, 2052년에는 5명이 돈을 내서 7명한테 줘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아무리 국민연금이 잘 벌어도,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연금이 많아지면 결국 적립금을 깨먹을 수밖에 없어요. 2022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보고서는 이 지점을 명확히 짚습니다. “현행 제도 유지 시 2055년 기금 고갈 불가피”라고요.
제 친구 하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낸 돈은 날아가는 거냐? 차라리 안 내는 게 낫지 않냐?” 실제로 2030세대 사이에선 이런 생각이 꽤 퍼져 있어요. 그런데 연금 전문가들은 다르게 봅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분은 이렇게 설명했어요. “국민연금은 개인 저축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입니다. 내가 낸 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구조가 아니라, 지금 어르신들을 부양하고 나중에 젊은 세대가 나를 부양하는 시스템이죠. 이게 무너지면 우리 사회 전체가 무너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국민연금만 믿고 있을 순 없습니다. C씨는 30대 후반인데, 국민연금 외에 개인연금저축(IRP)을 매달 50만 원씩 넣고 있어요. 세액공제 혜택도 받고, 나중에 국민연금이 줄어들 경우를 대비한 거죠. 제 경우엔 주택연금(역모기지) 같은 제도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활용해 노후 현금 흐름을 만드는 방법이거든요. 국민연금이 잘 벌고 있을 때가 오히려 우리가 준비할 골든타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국민연금 수익률이 좋으면 내가 받을 연금액도 늘어나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확정급여(DB)형이라서 내가 받을 금액은 가입 기간과 평균 소득으로 정해지죠. 기금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에요. 다만 수익률이 좋으면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져서, 내가 연금을 받을 시기까지 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은 커집니다.
Q2. 국민연금이 60조 원어치 주식을 팔면 코스피는 얼마나 빠질까요?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대량 매도가 단기간에 집중되면 5~10% 조정이 올 수 있어요. 다만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달에 걸쳐 분산 매도하는 전략을 씁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국민연금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공시 자료로 확인 가능)의 변동성을 주시하는 게 현명하죠.
Q3.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에 맡기는 게 의무화되나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현재는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예요. 만약 시행되더라도 강제가 아니라 선택형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다만 수수료가 낮고 수익률이 높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이 몰릴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죠.
마무리
국민연금이 231조 원을 벌었다는 뉴스를 보고 안심하긴 이릅니다. 숫자는 화려하지만, 그 뒤에 숨은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거든요. 리밸런싱 압박, 퇴직연금 통합 논의, 그리고 무엇보다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스스로를 준비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깨달은 건, 국민연금이 잘 벌고 있을 때가 오히려 우리가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라는 점이었어요. 내 퇴직연금 수익률 확인하고, 개인연금 하나 더 들고, 부동산 같은 자산 활용법도 공부하고. 이런 게 다 귀찮아 보이지만, 나중에 “그때 왜 안 했을까” 후회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국민연금의 성공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결국 우리 몫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