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받으면서 일했더니 깎인다? 몰랐다가 손해 보는 국민연금 감액 함정

국민연금삭감걱정끝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시작한 김모(62) 씨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통지서를 받았다. 매월 받던 연금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재취업으로 생활비를 보태려던 계획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걸까.

국민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하면 연금이 깎이는 ‘소득활동 감액제’는 많은 은퇴자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다. 제도를 모르고 재취업했다가 뒤늦게 감액 통지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2026년 6월부터는 이 제도의 적용 기준이 완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옛날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일하면 연금이 깎이는 제도가 생긴 건가

국민연금 소득활동 감액제는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부터 존재했던 제도다. 기본 취지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소득을 얻고, 연금은 보충적으로만 지급한다’는 논리였다. 연금 재정을 아끼고,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를 양보하라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박모(61) 씨는 퇴직 후 월 120만 원가량의 국민연금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월 250만 원을 받는 일자리를 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금이 월 60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박씨는 “연금 받으려고 40년 가까이 보험료 냈는데, 일한다고 깎아버리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한 보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한 이후에도 근로를 지속하는 비율은 약 54%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생활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라는 점이다.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연금이 깎일까. 기존 제도는 월평균 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초과분의 일부만큼 연금을 감액하는 방식이었다. 2025년까지는 월 286만 원(A값,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5만 원당 연금 1만 원씩 감액됐다. 즉, 월 300만 원을 벌면 14만 원 초과분에 대해 약 2만 8천 원가량 연금이 줄어드는 식이었다.

2026년 6월부터 바뀌는 기준, 누가 혜택을 보나

2026년 6월 17일부터는 감액 기준선이 대폭 상향된다. 기존 ‘A값’에서 ‘A값의 2배’로 올라가면서, 월 500만 원 이상 벌어야 비로소 감액 대상이 된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재취업자들이 감액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인천에서 경비 일을 하는 이모(64) 씨는 월 280만 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기존에는 연금이 일부 감액될 수 있었지만, 새 기준에서는 전액 수령이 가능해진다. 이씨는 “연금 70만 원에 월급 280만 원이면 합쳐서 350만 원인데,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존에는 월 300만 원만 벌어도 감액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500만 원 이상 고소득자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볼까. 우선 월 286만~500만 원 사이의 소득을 올리는 재취업자들이다. 특히 전문직,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예를 들어 월 400만 원을 버는 세무사나 건축사는 기존엔 약 20만 원 이상 연금이 깎였지만, 이제는 전액 수령할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감액 기준은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소득’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도 해당된다. 또한 ‘월평균 소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소득이 많았던 달이 있으면 연간 평균으로 환산해 감액 여부를 판단한다.

그럼 연금 받기 전까지 기다리는 게 유리한가

연금 감액이 두려워 “차라리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출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국민연금에는 ‘연기연금’ 제도가 있다. 본인이 원하면 최대 5년까지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출 수 있고, 1년 늦출 때마다 연금액이 7.2%씩 증가한다.

부산에 사는 최모(60) 씨는 정년 후 프리랜서로 일하며 월 35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연금 수급 연령이 되었지만, 당분간 일할 계획이기에 연금 수령을 5년 늦추기로 했다. 5년 후엔 연금액이 36% 증가한 상태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어차피 지금은 벌이가 있으니, 나중에 더 많이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기연금이 모두에게 유리한 건 아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기연금은 수령 개시 후 약 12~15년 이상 생존해야 원금 기준으로 유리해진다. 즉,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기대수명이 짧다면 오히려 손해다.

또 다른 변수는 ‘현금 흐름’이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연금을 늦춰 받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기연금은 여유 자금이 있고, 건강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우선 본인의 소득 지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만약 65세 이후에도 월 300만 원 이상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면, 연기연금을 고려할 만하다. 반대로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건강에 자신이 없다면 정상 수령이 낫다. 특히 2026년 6월 이후에는 감액 기준이 완화되므로,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일하면서 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놓치기 쉬운 추가 함정, 건강보험료와 세금은 어떻게 되나

연금 감액 여부만 따지다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료와 세금이다. 연금을 받으면서 근로소득이 생기면, 두 가지 모두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직장가입자로 재취업하면 회사와 본인이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문제는 지역가입자로 남아 있으면서 소득이 생기는 경우다. 연금소득과 근로소득이 합산돼 보험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높은 보험료 고지서를 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63) 씨는 지역가입자 상태에서 프리랜서로 월 200만 원을 벌고, 연금 80만 원을 받고 있다. 합산 소득 280만 원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책정되면서 월 15만 원가량을 납부한다. 김씨는 “연금이랑 일한 돈 합쳐봤자 별로인데, 보험료가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세금 문제도 있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 소득’으로 분류돼 연말정산 때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여기에 근로소득까지 더해지면 과세표준이 올라가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연금과 근로소득을 합쳐 연 1200만 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생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증가로 이중 소득자가 늘면서, 건강보험료와 세금 부담이 예상외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에 계산해보고 실수령액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선 재취업 전에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보험료 예상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게 좋다. 소득 구간별로 예상 보험료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연말정산 때 공제 항목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가능한 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2026년 6월 이전에 이미 감액된 연금, 소급해서 돌려받을 수 있나요?

아니요. 새 기준은 2026년 6월 17일 이후 소득분부터 적용됩니다. 이미 감액된 연금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 않으므로, 과거 감액분을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6월 이후부터는 새 기준으로 재계산되어 감액 폭이 줄어들거나 전액 수령이 가능해집니다.

Q2. 프리랜서나 자영업 소득도 감액 대상인가요?

네, 맞습니다. 감액 기준은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소득’도 포함됩니다. 프리랜서, 1인 사업자, 개인 사업 등으로 발생한 소득도 월평균으로 환산해 기준선(2026년 6월 이후 월 500만 원)을 초과하면 감액 대상이 됩니다. 국세청 신고 소득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Q3. 연금 받으면서 일하면 건강보험료가 두 배로 나오나요?

두 배는 아니지만, 추가 부담은 있습니다. 직장가입자로 재취업하면 급여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고, 지역가입자라면 연금소득과 근로·사업소득이 합산되어 보험료가 책정됩니다. 소득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월 10만~20만 원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연금 수령을 늦출 것인가. 이 판단은 단순히 감액 여부만으로 내릴 수 없다. 본인의 건강 상태, 소득 지속 가능성, 건강보험료와 세금 부담, 그리고 실제 필요한 현금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2026년 6월 이후 완화된 기준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월 500만 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는 감액 대상이며, 건강보험료와 세금 부담은 별개 문제다. 중요한 건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연금 수령을 미루거나, 반대로 아무 계산 없이 일을 시작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