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만 1인기업 시대, 정부 지원금은 왜 제자리를 찾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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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미스매치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사업을 공고하고,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정작 지원 대상인 1인 창조기업의 89%는 해당 사업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가 드러낸 이 수치는 단순한 ‘홍보 부족’ 문제를 넘어선다.

116만개를 넘어선 1인 창조기업. 전체 사업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들 경제주체와 정부 정책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예산은 집행되지만, 수혜자는 찾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달체계의 구조적 한계

문제의 핵심은 정보 전달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정부 웹사이트, 공공기관 포털을 통해 공지된다. 하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실무에 매달려야 하는 1인 기업가들이 정기적으로 정부 사이트를 확인할 여력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다.

더욱이 지원사업은 부처별, 지자체별로 분산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서 유사한 목적의 사업을 각각 운영하면서도, 통합 안내창구는 사실상 부재하다. 1인 기업가 입장에서는 ‘어디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방향조차 잡기 어려운 구조다.

신청 절차의 진입장벽

설령 지원사업을 알게 되더라도 또 다른 벽이 기다린다. 복잡한 신청서류, 사업계획서 작성, 증빙서류 준비 등 행정 절차가 1인 기업의 역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전담 인력을 둘 수 없는 1인 기업에게 이러한 절차는 실질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컨설팅’이나 ‘신청 대행 서비스’가 있지만, 이 역시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알아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민간 플랫폼이 보여준 가능성

흥미로운 점은 민간 스타트업들이 이 틈새를 포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지원사업을 한 곳에 모아 알림을 보내주거나, AI로 맞춤형 사업을 추천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이용률 증가는 역으로 기존 정부 전달체계의 불편함을 증명한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K-스타트업’ 같은 통합 플랫폼도 있지만,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민간 서비스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보는 많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능동에서 선제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해결의 실마리는 전달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능동형’ 방식에서, 정부가 먼저 찾아가는 ‘선제형’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은 이미 1인 사업자의 매출, 업종, 사업장 위치 등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이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조건에 맞는 기업에게 직접 ‘맞춤형 지원사업 안내’를 발송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작은 실험들이 만드는 변화

일부 지자체는 이미 실험을 시작했다. 카카오톡, 네이버 등 1인 기업가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지원사업을 안내하거나, 사업자등록 시점에 자동으로 지원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세종시는 챗봇을 활용해 간단한 질문만으로 적합한 지원사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1인 기업 대상 모바일 앱을 통해 푸시 알림으로 마감 임박 사업을 안내한다.

예산 집행률을 넘어선 질문

정부 지원사업의 성과는 보통 ‘예산 집행률’로 측정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지원을 받았는가’다. 정보 접근성이 높은 일부 기업이 반복적으로 혜택을 받는 구조라면, 아무리 집행률이 높아도 정책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89%가 모르는 지원사업. 이 수치는 단순히 홍보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보가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경로로 전달되며, 누구의 언어로 설명되는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의 완성은 수립이 아니라 전달에서 이뤄진다. 116만 1인 기업 시대, 정부 지원정책이 진짜 현장에 닿으려면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