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재산신고 제도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동일한 금융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가 공직자에 따라 예금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주식으로 신고되기도 하는 기현상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20년 넘게 개정되지 않은 재산신고 기준이 현대 금융상품의 다양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라고 … 답답한 마음에 이유라도 알아보고자 한다. 이런거 은근히 궁금함.
ETF는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5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상 재산신고 기준은 여전히 전통적인 ‘예금’, ‘주식’, ‘채권’ 구분에 머물러 있어 ETF, 파생결합증권, 리츠 등 신종 금융상품을 명확히 분류하지 못하고 있다.
해석의 여지가 만든 공정성 논란
문제는 이러한 기준의 모호함이 공직자마다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공직자는 ETF를 ‘거래소에 상장된 펀드’로 보아 주식으로 신고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집합투자증권’의 성격에 주목해 예금 항목에 포함시킨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재산공개 제도의 신뢰성을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일한 투자상품이 신고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분류될 경우, 재산 변동 추이를 파악하거나 공직자 간 자산 규모를 비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제도 개선 방향
법률 및 회계 전문가들은 현행 재산신고 기준이 1993년 공직자윤리법 제정 당시의 금융환경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는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이 대부분의 재산을 구성했지만, 현재는 ETF, 리츠, 파생상품, 가상자산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이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상품의 법적 분류가 아닌 ‘경제적 실질’에 따른 신고 기준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ETF의 경우 추종하는 지수의 성격에 따라 주식형, 채권형, 원자재형 등으로 세분화하거나, 아예 별도의 ‘집합투자상품’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정비 필요
재산신고 제도는 공직자의 재산 변동을 추적해 부정축재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하지만 금융상품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제도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19년 공직자 재산신고 전산시스템을 개편하면서도 금융상품 분류 기준은 손대지 않았다. 이제는 시스템 개선을 넘어 법령과 시행규칙 차원에서 현대 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명확한 분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직자들이 혼란 없이 재산을 신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집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제도의 명확성이 곧 공직사회의 투명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