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ETF를 샀는데도 손해를 볼까
리츠 ETF를 산다는 건 결국 ‘편하게 분산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3개월 수익률을 보면, 어떤 리츠 ETF는 10% 넘게 올랐고 어떤 건 마이너스다. 같은 시기, 같은 리츠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리츠 ETF니까 안전하겠지’, ‘월배당 나오니까 괜찮겠지’ 하는 믿음으로 샀다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마주하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ETF라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를 모른 채 샀다는 데 있다. ETF는 지수를 따라가는 바구니다. 그런데 그 바구니를 어떻게 채우는지,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는지, 언제 갈아치우는지는 상품마다 다르다. 투자자가 이 차이를 모르면, 결국 ‘쉬운 투자’라는 말에 속아 손실을 감수하게 된다. ETF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ETF는 정확히 무엇을 담고 있고, 왜 그렇게 구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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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구성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진다
리츠 ETF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국내 상장 리츠 전체를 시가총액 순으로 담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기준에 따라 일부 종목만 선별해 담는 방식이다. 전자는 ‘대표성’을 강조하고, 후자는 ‘선별’을 강조한다. 문제는 국내 리츠 시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 리츠 수가 적고, 그중 일부는 자산 경쟁력이나 배당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총액 순으로 전체를 담는 ETF를 사면, 우량 리츠와 그렇지 않은 리츠를 함께 보유하게 된다. 반대로 선별형 ETF는 특정 기준에 따라 종목을 추리지만, 그 기준이 투자자의 목적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당 수익률만 높은 리츠를 담았다면 자산 가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성장성을 우선한 ETF는 배당이 낮을 수 있다.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ETF 상품 설명서를 열어 추종 지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지수가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ETF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편입 종목과 비중을 공개한다. 이걸 보지 않고 ETF를 사는 건, 음식점 메뉴판을 보지 않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내가 원하는 맛인지 확인하지 않고 먹는 것이다.
리츠 간 차별화가 심해지면 ETF보다 개별 종목이 유리하다
지금 리츠 시장은 ‘전체가 같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구간이 아니다. “4월 한 달간 한화리츠는 국내 우량 자산과 스폰서 신뢰, 그리고 추가 자산 편입 기대 속에 강세를 보였고,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외 자산의 환율·금리·차입 리스크와 신뢰 훼손 이슈가 겹치며 약세를 보였다. 미-이란 전쟁은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켜 해외 리스크가 큰 리츠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츠 전체를 담는 ETF는 오른 종목과 떨어진 종목을 함께 보유한다. 결과적으로 수익률은 평균에 수렴한다. 반면 개별 종목으로 한화리츠만 샀다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ETF를 산 투자자는 이런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츠 ETF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어간다.
투자자가 판단해야 할 기준은 이것이다. 지금 리츠 시장이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구간’인지, 아니면 ‘개별 종목 간 차별화가 심한 구간’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후자라면 ETF보다 개별 종목 투자가 유리하다. 특히 금리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국내 자산 중심의 대형 스폰서 리츠와 해외 자산 비중이 높은 리츠 간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다. 이때는 ETF로 전체를 담기보다, 신뢰할 만한 스폰서의 리츠 몇 개만 골라 직접 투자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ETF는 ‘편리한 투자’지만 ‘알아서 굴러가는 투자’는 아니다
ETF를 사면 장기 보유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런데 ETF 내부는 계속 바뀐다. 지수 규칙에 따라 종목이 편입되고 빠지며, 비중도 조정된다. 투자자가 ETF를 산 시점의 구성과 1년 뒤의 구성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투자자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ETF를 사고 나면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츠 ETF를 샀을 때 편입 1위가 A리츠였다고 하자. 그런데 6개월 뒤 A리츠의 시가총액이 줄어들면서 비중이 줄고, 대신 B리츠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투자자는 A리츠를 믿고 ETF를 샀지만, 실제로는 B리츠 비중이 더 커진 상태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모르면, 내가 원하는 투자 목적과 실제 보유 자산 간 괴리가 생긴다.
ETF를 보유하고 있다면, 최소 분기에 한 번은 편입 종목과 비중을 확인해야 한다. 운용사 홈페이지나 ETF 정보 제공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내가 기대했던 종목의 비중이 줄었다면, ETF를 계속 보유할지 아니면 개별 종목으로 갈아탈지 판단해야 한다. ETF는 장기 보유 상품일 수는 있어도, 방치해도 되는 상품은 아니다.
직접 투자가 다시 유효해진 이유
과거 국내 리츠 직접 투자는 위험했다. 정보가 부족했고, 유상증자가 잦았으며, 배당 정책이 불투명했다. 그래서 ETF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대형 스폰서 리츠를 중심으로 자산 운용 능력이 검증되고, 배당 정책이 투명해졌다. 주주와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즉, 직접 투자의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여기에 더해, 상장 리츠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추진되고 있다. 만약 이 혜택이 연내 도입되면, 배당소득세 부담이 줄어 직접 투자의 세후 수익률이 ETF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ETF는 운용 보수가 있고, 배당 재투자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개별 종목은 이런 비용이 없다. 투자자가 직접 종목을 고르고, 배당을 받아 재투자하면 된다.
물론 직접 투자는 공부가 필요하다. 리츠의 자산 유형, 임대 계약 구조, 스폰서 신뢰도, 배당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ETF를 고르는 것보다 반드시 어렵다고 볼 순 없다. ETF도 결국 추종 지수와 편입 종목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접 투자는 내가 원하는 리츠만 골라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적에 더 잘 맞는 투자가 될 수 있다.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지금 내가 보유한 리츠 ETF의 편입 종목을 확인하고, 그중 내가 신뢰하는 리츠가 무엇인지 추려보는 것이다. 만약 그 리츠가 ETF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굳이 ETF를 보유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차라리 그 리츠만 직접 사는 게 비용도 적게 들고, 수익률도 더 높을 수 있다. ETF는 만능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개별 종목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