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얼마를 썼는가, 다른 하나는 받아야 할 사람이 실제로 받았는가. 기초연금은 이 두 기준 사이에서 뚜렷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약 6조 9000억 원에서 2023년 약 22조 5000억 원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중 실제로 연금을 받는 비율은 2023년 기준 67%에 머물렀다. 정부 목표인 70%에도 못 미치고,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수준에서 정체 중이다. 돈은 크게 늘었지만 사람은 늘지 않았다.
신청해야만 받는 구조, 노인에게 얼마나 현실적인가
기초연금은 국가가 자격 요건을 확인해 자동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다.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급여가 나온다. 이를 신청주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 원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신청 과정의 복잡성이 문제다. 수급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소득인정액 계산 방식은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부동산 재산 등을 합산한 뒤 각종 공제를 적용하는 구조다. 금융 지식이 있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정보 접근이 제한된 고령 노인에게는 사실상 벽에 가깝다.
보고서는 “제도의 복잡성이 신청주의와 만나면서 노인들이 본인의 수급 자격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행정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격이 있어도 신청을 포기하거나, 자격이 없다고 잘못 판단해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누적되면 수급률 정체로 이어진다.
이것은 개인의 무관심 문제가 아니다. 설계 자체가 수혜자의 자력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결과에 가깝다.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있다
수급률 정체의 또 다른 원인은 제도 간 충돌이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이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연금 수령액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된다. 두 급여를 동시에 받아도 실제 수령 총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구조다.
이 경우 신청 자체가 번거롭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비슷하다. 합리적 판단으로는 신청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지만,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제도끼리 서로 맞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결과다.
보고서가 “개인의 무관심이 아닌 제도 간 정합성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이 맥락이다. 두 제도가 독립적으로 설계되면서 수혜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예산이 느는 동안 수급자가 늘지 않은 것의 의미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곧 복지 효과가 커지는 것과 같지 않다는 점을 이번 사례는 보여준다. 기초연금 예산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수급자 1인당 지급액 인상과 고령화로 인한 대상 인구 증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급률은 정체됐다. 예산 증가의 과실이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받아야 할 33% 중 상당수는 제도의 복잡성 때문에 신청을 못 하거나, 신청해도 실익이 없어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복지망 밖에 있는 동안, 예산 규모는 계속 커졌다. 지출은 늘었지만 사각지대는 줄지 않은 역설이다.
복지 제도의 효율성을 따질 때 예산 규모와 수급률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돈이 얼마나 배정됐는가보다, 그 돈이 받아야 할 사람에게 얼마나 닿았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기초연금 수급률 정체는 제도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제도의 접근 방식이 문제임을 드러낸다. 신청 과정을 단순화하거나, 생계급여와의 중복 수급 구조를 조정하는 방향의 개선 없이는 예산이 아무리 늘어도 수급률은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높다.
정부 목표인 70% 수급률은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에 도달하기 위해 신청 장벽을 낮추는 설계 변화가 동반되는지 여부로 평가해야 할 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