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또 화두에 올랐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2026년 퇴직연금 업무설명회를 공동 개최하며 수익률 개선, 사외적립 의무화, 기금형 제도 도입 등 굵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발표를 뉴스로 접한 직장인 대부분은 “그래서 나는 뭘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채 화면을 닫는다.
정책 방향 발표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 변화가 나의 퇴직연금 계좌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가다. 제도 밖에서 보면 개편처럼 보이지만, 제도 안에 있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판단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다.
왜 지금 다시 퇴직연금인가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여 있다. 금감원 서재완 부원장보는 업무설명회에서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관행이 머물러 있어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수십 조 원의 노후 자금이 예금 수준의 이자를 받으며 잠들어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정부 발표는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니라, 퇴직연금을 ‘저축 계좌’에서 ‘장기 투자 계좌’로 인식 전환시키려는 구조적 시도로 읽힌다. 가입자들이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에서, 이 변화는 사업자뿐 아니라 개별 가입자의 행동을 요구한다.
원리금보장 선택, 안전인가 관성인가
많은 직장인이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음 가입할 때 그렇게 설정됐고 이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설정 관성’이다.
문제는 장기 관점에서 원리금보장 선택이 반드시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연간 1~2% 수준의 이자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에서는 실질 구매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금감원이 “복리의 마법”을 강조한 것도, 퇴직연금은 10년·20년 단위의 자산이기 때문에 연 2~3%의 수익률 차이가 은퇴 시점의 적립금 총액에서 수천만 원 이상의 격차로 벌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사외적립 의무화, 근로자가 놓치면 안 되는 핵심
이번 정책 방향 중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다. 현재 퇴직급여를 사내유보 방식으로 운용하는 사업장은 기업이 부도 나거나 폐업할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의무화가 시행되면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모든 기업이 퇴직급여를 금융기관에 적립해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일수록 직접적인 수급권 보호 효과가 크다. 반면 이미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 또는 IRP에 가입된 경우라면 의무화 대상이 아니므로, 현재 본인이 가입된 유형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 확대도 이번 정책에 포함된 만큼, 가입 요건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디폴트옵션 방치가 낳는 진짜 문제
디폴트옵션은 DC형·IRP 가입자가 투자 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사전에 지정된 상품으로 운용되는 제도다. 2023년 도입됐지만, 상당수 가입자는 자신의 디폴트옵션이 어떤 상품으로 설정돼 있는지조차 모른 채 방치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설명회에서 디폴트옵션 대국민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가입자에게 ‘당신의 디폴트옵션을 확인하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 본인 계좌의 디폴트옵션이 초저위험(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설정된 경우, 별도 지시 없이는 낮은 수익률이 계속 적용된다. 투자 성향과 은퇴 시점을 고려해 디폴트옵션을 조정하거나, 직접 운용 지시를 입력하는 것이 지금 가입자가 해야 할 가장 실질적인 행동이다.
퇴직연금 개편 논의는 매년 반복됐지만, 이번처럼 사외적립 의무화·기금형 제도·디폴트옵션 개선이 동시에 공론화된 해는 드물다. 정책이 시행되기 전 자신의 퇴직연금 유형·운용 상품·디폴트옵션 설정 상태를 점검하는 것, 그것이 2026년 이 흐름에서 가입자가 챙겨야 할 가장 현실적인 과제다.


